감쪽같이 자취를 감춰서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을 가리킬 때 쓸 수 있는 표현으로 ‘온데간데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온데간데없다’는 어떻게 띄어쓰기를 해야 할까. ‘데’가 장소를 뜻하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온 데 간 데 없다’처럼 띄어 써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온데간데없다’는 한 단어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말이기 때문에 모든 음절을 붙여서 ‘온데간데없다’처럼 붙여 써야 한다. ‘온데간데없다’가 원래는 ‘온 데 간 데 없다’처럼 어구(語句)의 형식으로 띄어서 썼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 어구의 구성이 하나의 어휘처럼 강력한 결합력을 생성하게 되었고 언중들도 이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기에 이르면서 이제는 한 단어로 사전에 등재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보잘것없다’가 있다. ‘보잘것없다’도 원래는 관형형 어미와 명사는 띄어 쓰는 원칙에 따라 ‘보잘 것 없다’로 써야 하지만 언중들이 이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게 되면서 이제는 한 단어로 사전에 등재되었고 따라서 모든 음절을 붙여서 ‘보잘것없다’로 써야 한다. ‘첫날밤’의 경우도 ‘첫’이 관형사이고 ‘날’과 ‘밤’이 모두 명사이기 때문에 ‘첫 날 밤’으로 모두 띄어 써야 하지만 ‘첫날밤’이 ‘결혼한 신랑과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밤’을 뜻하는 한 단어이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한다.
‘큰코다치다’도 ‘크게 봉변을 당하거나 무안을 당하다’는 뜻의 한 단어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고 ‘가는귀먹다’는 ‘작은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귀가 조금 먹다’는 뜻의 한 단어이며 ‘이제나저제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을 때 쓰는 한 단어이므로 모두 음절을 붙여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