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를 둘러싸고 한바탕 큰 논란이 있었다. 아무튼 민주주의를 기리는 행사이니 언제가 되더라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이 노래는 광주 민주화 운동 이듬해인 1981년 사회 운동가 백기완이 감옥에서 쓴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바탕으로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전남대 학생 김종률이 곡을 붙여 만든 것이다. 이 노래가 발표될 당시 원래 제목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지금 거의 공식적으로 쓰는 제목인 ‘임을 위한 행진곡’과 다른 것이다.
표준적인 용법으로 ‘님’는 의존명사이다. 그러니 앞에 아무런 말도 없이 쓰이기는 곤란하다. 이와 달리 ‘님’이 변한 말 ‘임’은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자립적인 명사이다. 그래서 속담에도 ‘뽕도 따고 임도 보고’라고 한다. 이를 ‘님도 보고’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어 사용 면에서 표준적인 표현으로 수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한동안 금지곡으로서 입에서 입으로 전하다 보니 제목뿐만 아니라 노랫말에도 약간씩 변형이 생기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원곡에서는 ‘깨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이었던 것이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으로 바뀌었고,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는 명령형의 표현은 ‘말자’라는 다짐하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노래를 부르는 민중이 스스로의 감성과 의지에 맞게 다듬은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이 노래는 민중이 완성한 일종의 구전 가요인 셈인데, 많은 이들이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가며 다듬은 이 노랫말에서 우리말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