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사상의 거두라고 불리는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이질성의 포용’이라는 책에서 상대의 이질성(異質性)을 상대방의 정체성(正體性)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상대방과의 친화를 도모하는 것을 ‘이질성의 포용(inclusion)’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21세기 철학의 화두로 삼았다. 이처럼 상대방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이질성의 포용’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겪고 있는 이념 간,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의 갈등상황을 치유하는 치료약이 될 수 있다.
이질성의 포용은 우리의 언어생활에도 필요한데, 예를 들어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 잘못 사용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남녀의 목소리가 서로 틀리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를 써야 하는 상황에 ‘틀리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데, ‘다르다’와 ‘틀리다’는 품사부터가 서로 다르다. ‘다르다’는 품사가 형용사로서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는 뜻이고 ‘틀리다’는 품사가 동사로서 ‘사실 따위가 그릇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단어를 혼동해 많은 언중들이 ‘다르다’를 써야 할 곳에 ‘틀리다’를 쓰고 있는 것은 자기와 같은 생각, 이념, 모습은 옳고, 자기와 다른 생각, 이념, 모습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배타적인 사고방식을 은연중에 심어줄 수 있다.
이는 마치 색연필의 살구색 이름을 ‘살색’이라고 표현해 우리와 같은 피부색인 살구색만 살색이고 우리와 다른 피부색인 검은 색은 살색이 아니라는 선입견을 학생들에게 심어준 것과 같은 경우인데, ‘이질성의 포용’을 위해 ‘다르다’와 ‘틀리다’를 서로 구별해 사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