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주다
다음 중 띄어쓰기가 올바른 것은 무엇일까?
① 책을 빌려 주었다.
② 책을 빌려주었다.
정답은 2번이다. ‘빌리다’는 ‘남의 물건 따위를 돌려주기로 하고 가져다 쓰다’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이 뜻의 단어는 원래 ‘빌다’였고, ‘빌리다’는 그 반대로 ‘나중에 돌려받기로 하고 남에게 제 물건을 내주다’의 의미였다. 그런데 점차 ‘빌리다’가 원래 뜻으로는 쓰이지 않고 ‘빌다’를 대신하여 쓰이게 되자, 익히 알듯이 1988년 표준어 규정에서 ‘빌리다’를 표준어로 삼고 ‘빌다’는 비표준어로 처리하였다. 즉 남의 물건을 가져다 쓰는 뜻으로 ‘빌다’는 사라지고 ‘빌리다’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면 ‘빌리다’가 원래 쓰이던 자리, 곧 제 물건을 내주는 의미로는 어떤 말이 쓰이는 것일까? 바로 ‘빌려주다’이다. “책도 빌려주고, 돈도 빌려주고, 쌀도 빌려주고”처럼 쓰인다.
이 ‘빌려주다’는 한 단어로서, 붙여 쓴다. 만일 위 1번처럼 ‘빌려 주다’로 띄어 쓰면, 제 물건을 내주는 의미가 아니라 남의 물건을 가져다 쓰는 의미가 되고 만다. 즉 ‘(짐을) 들어 주다, (노래를) 불러 주다, (아기를) 업어 주다’가 들고, 부르고, 업는 것이듯이 ‘(책을) 빌려 주다’는 ‘빌리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빌려주다’는 그 속에 제 물건을 내준다는 ‘빌리다’의 원래 의미가 녹아 있다. 아마 그런 의미로 쓰이던 시기의 ‘빌려 주다’가 굳어져 단어 ‘빌려주다’가 되었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도 처음에는 이를 표제어로 올려놓지 않았지만, 현재는 한 단어로 올려놓고 있어 ‘빌려주다’가 단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은 띄어쓰기 문제 하나지만, ‘빌려 주다’와 ‘빌려주다’에 관한 관심 하나가 우리말을 더욱 가다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