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에게는 ‘대인배 김 선생’이란 별명이 있다. ‘대인배’는 2000년대 중반에 새로 만들어진 말인데 최근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심심찮게 쓰인다. 새로 나온 국어사전에는 ‘도량이 넓고 관대한 사람을 소인배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로 등재돼 있다.
‘소인’은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 그 반대말은 ‘군자(君子)’다. 군자는 덕성과 학식이 매우 높은 인격자로, 유학에서는 성인(聖人)에 버금가는 경지에 오른 사람을 이른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보다 좀 더 너그러운 태도를 지닌 사람을 소인이 아니라고 해서 군자라고 부르기도 적절치 않다. 사람을 ‘소인’과 ‘군자’로만 표현하려 하니 난처해지는 고민이 소인배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대인배’라는 말을 만들어낸 배경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말이 만들어진 과정이 독특하다. 본래 ‘소인배’는 ‘소인(小人)’에 ‘-배’가 붙어서 된 말이다. 접미사 ‘-배(輩)’는 대개 부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말에 붙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폭력배’는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불량배’는 행실이나 성품이 나쁜 사람들의 무리를 가리킨다. ‘소인배’는 물론 소인들의 무리다. 그런데 ‘대인배’에는 부정적인 의미는 물론이고 무리나 집단의 뜻이 전혀 없다. 무리보다는 김연아 선수 같은 특정인을 긍정적인 의미로 가리킬 때 쓴다. 한마디로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조어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인배’라는 말을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말로 대신할 수 없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점점 쓰임이 늘고 있기도 하다. 잘못된 조어법에도 이 말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생명력을 얻을지, 아니면 유행어로 한때 잠깐 쓰이다 사라지고 말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