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짜방’인가 ‘아자방’인가
지난 11일 지리산 칠불사 아자방 구들 보수공사 과정에서 복원 이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아궁이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아자방 구들은 한 번 불을 지피면 온돌과 벽면에 100일 동안 온기가 지속된다고 하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 그런데 ‘아자방’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 표기대로 [아자방]이라고 발음해야 하는가, 아니면 [아짜방]이라고 발음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짜방]으로 발음해야 한다.
아자방은 한자 ‘아(亞)’자 모양으로 방고래를 만들고 구들을 놓은 방으로, 가운데 한자가 글자 ‘자(字)’이다. 아자방은 바닥층과 침상으로 되어 있는데, 침상이 '다'자형(字形)으로 양쪽에 있고 방바닥이 십자형(十字形)으로 되어 있어 마치 그 모양이 ‘아(亞)’자를 닮았다고 해서 ‘아자방’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그런데 뒤에 글자 ‘자(字)’가 오는 단어들은 ‘한자(漢字)’[한:짜], ‘문자(文字)’[문짜]의 경우처럼 ‘자’를 된소리로 발음한다. 이는 한자어의 발음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조건, 즉 ‘ㄹ’ 받침 뒤에 ‘ㄷ, ㅅ, ㅈ’의 소리가 연결되는 경우 이외의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자어의 된소리 발음은 이처럼 수의적(隨意的)으로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의적인 된소리 발음 용례들에는 가점(加點)[가쩜], 기법(技法)[기뻡], 시비조(是非調)[시:비쪼], 유권자(有權者)[유:꿘자] 등이 있다.
같은 이유로 왕릉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봉분 앞에 ‘丁’ 자 모양으로 지은 집인 ‘정자각(丁字閣)’은 [정자각]이 아닌 [정짜각]이라고 읽어야 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