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브런치(brunch)’ 문화가 어느새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지고 있다. ‘아침 겸 점심’을 뜻하는 우리말 ‘아점’이 다소 속된 느낌, 놓친 끼니를 때운다는 느낌이 드는데 비해 영어인 ‘브런치’에서는 품격과 여유가 느껴진다면 이 또한 문화적 사대주의 탓일까? 아무튼 매일 아침,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주부인 나에게 여유롭게 즐기는 ‘느지막한 아침식사’는 바람일 뿐이다.
‘느지막한 아침식사’에서 ‘느지막하다’를 ‘늦으막하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늦다’는 뜻과 연관시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지막하다’도 ‘낮다’는 뜻을 떠올려 ‘낮으막하다’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말들은 ‘느지막’ ‘나지막’이라는 어근에 ‘-하다’가 붙어 생긴 말로 ‘느지막하다’ ‘나지막하다’가 맞는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느지막’과 ‘느즈막’, ‘나지막’과 ‘나즈막’이 헷갈릴 수 있다. ‘으’가 ‘이’로 바뀌는 전설모음화 현상으로 설명하는 이도 있으나 뚜렷하지는 않다. 비슷한 형태의 말 중에 ‘큼지막하다’ ‘높지막하다’를 생각하면 쉽다. ‘-즈막하다’로 끝나는 말은 표준어에는 없다. 따라서 ‘느지막한 출근’ ‘나지막한 목소리’ 등과 같이 써야 한다.
‘-하다’가 붙는 말이기 때문에 부사형에는 ‘히’가 붙어 ‘느지막히’ ‘나지막히’가 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느지막이’ ‘나지막이’가 맞다. 마찬가지로 ‘큼지막’ ‘높지막’에도 ‘이’가 붙어 ‘큼지막이’ ‘높지막이’가 된다.
‘늘그막’이라는 말도 ‘늙다’는 뜻 때문에 ‘늙으막’이라고 혼동하기 쉬우나 ‘늘그막’이 바른 표현이다. 흔히 ‘널찍하다’와 비슷한 뜻으로 ‘널찌막하다’ 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 ‘널찌막하다’는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