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흔히 틀리는 맞춤법 10가지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게 ‘어의없다’로 나타났는데, ‘어이없다’로 써야 맞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의없다’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모두가 ‘어이’로 발음하는 말을 어떤 사람들은 굳이 ‘어의’라고 써서 틀리는 걸까?
‘의’의 발음 탓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의’는 모음 ‘으’와 ‘이’가 결합한 이중모음으로, 시작할 때는 입술 모양을 ‘으’로 했다가 재빨리 ‘이’로 바꾸면서 내는 소리다. 그런데 ‘의’는 항상 ‘의’로만 소리 나지 않고 때에 따라 ‘이’나 ‘에’로도 발음된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어이가 없네”라는 조태오(유아인)의 대사는 큰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선 ‘의사’‘의논’ 같이 단어의 첫소리에 ‘의’가 나올 때는 이중모음 ‘의’로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 한편 모음 ‘의’ 앞에 다른 자음이 있을 때는 항상 ‘이’로 발음한다. 따라서 ‘희망’과 ‘띄엄띄엄’은 ‘히망’ ‘띠엄띠엄’으로 읽는다. 단어의 첫 음절이 아닌 경우에는 ‘의’를 ‘의’나 ‘이’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모의’와 ‘정의’는 ‘모의’ ‘정의’로 발음할 수도 있고, ‘모이’ ‘정이’로 발음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관형격 조사 ‘의’는 ‘의’뿐만 아니라 ‘에’로도 발음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의 소원’을 ‘우리에 소원’으로 읽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발음 규칙을 잘 익혔는지 보려면 ‘민주주의의 의의’를 발음해 보면 된다. 글자 그대로 발음하기도 하지만 허용 발음에 따라 ‘민주주이에 의이’라고 발음할 수도 있다.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적는 것은 평소 ‘주이’ ‘고이’로 발음하는 말들을 ‘주의’ ‘고의’로 적었던 습관을 그럴 필요가 없는 말에까지 과잉 적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