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의 ‘진달래꽃’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애송하는 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시를 접할 때마다 가끔씩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바로 이 대목이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밟고’의 표준 발음은 〔밥:꼬〕이지만 열에 일고여덟은 ‘즈려 밥:꼬’가 아니라 ‘즈려 발꼬’로 발음한다. 시에 집중하지 못하고 요샛말로 사소한 데 지적질이냐고 하실 분도 있겠다. 인정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직업병인 듯싶으니까.
겹받침 ‘ㄹㅂ’은 〔ㄹ〕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넓다’는 〔널따〕 , ‘짧다’는 〔짤따〕, ‘엷다’는 〔열따〕, ‘여덟’은 〔여덜〕이 표준 발음이다. 간혹 〔넙따〕 〔짭따〕 〔엽따〕 〔여덥〕 등으로 발음하는 경우를 보는데 주로 호남 방언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겹받침 ‘ㄹㅂ’이 〔ㅂ〕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다. ‘밟다’가 그렇다. 밟다 〔밥:따〕 , 밟고 〔밥:꼬 〕, 밟지 〔밥:찌〕, 밟는 〔밥:는 → 밤:는〕으로 발음한다. 〔발따〕 〔발꼬〕 〔발찌〕 는 표준발음이 아니다. 예외가 또 있다. ‘넓-’은 파생어나 합성어의 경우에는 〔넙-〕으로 발음한다. 넓죽하다는 〔넙쭈카다〕, 넓둥글다는 〔넙뚱글다〕로 발음한다.
‘맑다’와 ‘밝다’도 〔말따〕 〔발따〕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 겹받침 ‘ㄹㄱ’은 말끝이나 자음 앞에서 〔ㄱ〕으로 발음한다. 따라서 〔막따〕〔박따〕가 맞다. 다만 뒤에 오는 자음이 ‘ㄱ’인 경우에는 〔ㄹ〕로 발음한다. 따라서 ‘맑게’는 〔말께〕, ‘밝고’는 〔발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일이 원칙을 따지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입에 익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