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이 많아서 피부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여자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돼지껍질이 자주 꼽힌다. 마오쩌둥도 즐겨 먹었다는 돼지껍질.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돼지껍질’ 대신에 ‘돼지껍데기’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 듯하다. ‘껍질’과 ‘껍데기’는 구별되어 쓰이기도 하고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해서 헷갈릴 때가 많다.
사과, 귤, 양파 같은 과일, 채소 등의 단단하지 않은 외피를 ‘껍질’이라고 한다. 껍질은 주로 까거나 벗기는 것이 많다. 그렇다면 수박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말한다. 따라서 수박은 껍질이 맞다. 새우도 껍질이다.
‘껍데기’는 껍질보다 단단하다. 달걀, 조개, 소라 등을 싸고 있는 것은 껍데기이다. 그렇다면 윤형주의 노래 ‘조개껍질 묶어’ 가사는 틀린 것일까? 조개껍데기와 조개껍질은 두 형태가 널리 쓰여 복수표준어로 인정되었다.
맥락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박을 먹고 나서 껍데기는 버려라”에서 ‘껍데기’는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베개껍데기, 과자껍데기가 이와 같다. 달걀, 호두, 은행, 땅콩 등은 알맹이를 직접 싸고 있는 얇은 ‘껍질’과 이를 둘러싼 ‘껍데기’로 나눌 수 있다.
“껍질 상치 않게 호랑이 잡을까”란 속담이 있다. 호랑이의 가죽을 상하지 않고서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호랑이가 껍질이면 돼지도 껍질이 맞다. 문득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떠오르는 건 너무 생뚱맞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