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시청 주변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전시장 같았다. 여러 모니터에 시시각각 다른 영상이 나오듯이, 집회와 맞불집회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목소리는 뒤엉키고 시선은 흩어졌다. 그 사이를 헤집고 파고드는 말이 있었다.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추모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경찰의 선무방송. 유일하게 들은 국가기관의 말이니 그 일부를 기록해 둔다.
“… 여러분은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해산하고 있지 않습니다. … 여러분, 여러분은 신고한 집회의 장소와 방법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 계속하여 불법 집회 시위를 진행하고 있고, 이러한 질서 문란한 상태에 대해서 주최 측에서 질서 유지와 질서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6조 4항에 따른 준수 사항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야기되고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위험이 초래되고 있으나, 여러분께서 더 이상 질서 유지를 자율적으로 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20조 1항 제5호 및 동법 시행령 17조에 따라 남대문 경찰서장의 위임을 받은 경비과장이 4차 해산명령을 발합니다. 모든 참가자는 즉시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4조 5호에 의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경찰력을 투입하여 직접 해산 조치할 수 있습니다. 즉시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망연히 앉아 있었다. ‘전혀 복수하지 않는 것보다는 약간이라도 복수하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다.’(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