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라는 말은 나이 어린 사람을 뜻하는 ‘아이’의 준말이다. 그러니 ‘애들’이라 하면 당연히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말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다른 단어와 복합이 되기도 하면서 그 뜻이 변하기도 한다. 말의 변화와 발전도 일어난다.
다른 나라 국민을 속되게 표현하고플 때는 종종 ‘미국 애들은’ 하는 식으로 말한다. 버젓한 성인인 경우에도 친숙하면서 약간 가볍게 표현하는 말이다. 반대로 특정 국민을 정중하게 말할 때는 ‘분들’이란 말을 많이 쓴다. 종종 재외 교민들이 한국에서 간 사람들을 일컬어 ‘한국 분들’이라고 쑥스러운 표현을 해줄 때가 많다.
생태계를 관찰한 영상물을 보면 그 해설 과정에 ‘녀석’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마치 동물을 가리키는 대명사라도 된 것 같다. ‘녀석’은 원래 의존명사이면서 간혹 대명사처럼도 사용된다. “녀석이 또 왔다”며 ‘남자’를 주로 가리킨다. 그러나 동물을 가리킬 때는 암수가 뚜렷하지 않다. 한편 반려견의 견주들은 반려견을 ‘애기’라고 의인화하고 있고, 수의사들은 견주들을 마치 부모 대하듯 부른다.
문법 교과서에서는 뻔한 대명사들로 우리의 ‘인칭’을 논하지만 언어 현장에서는 무언가 좀 색다른 ‘현상’들이 생기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표현도 더 다양해졌고 뜻빛깔의 미세한 변화도 눈에 뜨인다. 우리가 우리 언어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언어 현상에 대한 섬세한 감성도 잘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말을 발전시키는 주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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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인권
인권 개념은 처음에는 신앙의 자유나 투표권 같은 개인의 사회적 권리에서 출발하여 점점 교육, 노동 등에 대한 폭넓은 권리로 관심사를 넓혀 왔다. 최근에는 더 고도의 포괄적 가치인 난민의 생존, 성적인 취향, 동물의 권리 등을 통해 과거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또 ‘언어’에 대한 인권 문제도 거론된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언어인 ‘모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는 대략 6천~7천 종의 언어들이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1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겨우 여덟 종이고, 천여 종의 언어는 그 사용자 수가 겨우 100명 미만이다. 그나마 20년 전 통계이니 지금쯤 사라졌을 수도 있다. 옛날에는 전쟁과 식민화로 사멸했지만 요즘은 이주와 혼혈 때문에 ‘스스로’ 언어가 사라지기도 한다.
언어는 전 인류의 공유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환경과 마찬가지로 함께 보호해야 할 의미가 있다. 한국도 근간에 입국한 결혼이주 여성들의 경우 자칫 일상 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상실하기 쉽다. 그들이 아무런 도움 없이 자신의 언어를 스스로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지구상의 다양한 언어 자원을 보호하는 데 동참할 수 있게 우리도 ‘언어 인권’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식민지 시절 말을 지키려고 발버둥을 쳤듯이 이제는 우리의 새 이웃이 자기 모어를 지킬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세계화된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가 아닌가 한다. 한국이 다른 ‘제국들’처럼 ‘언어의 공동묘지’가 되지 않도록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