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신뢰할 만한 방식은 아니지만 각 언어의 사용자 인구를 비교하면서 언어별 위상을 견줘 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 사용자는 거의 12억 정도라고 하고 영어 사용자는 3억이 좀 넘는다. 중국어의 세력이 영어보다 4배로 강해 보이지만 또 다른 숫자가 이 두 언어의 위상을 뒤집는다.
영어는 무려 100개 정도의 나라에서 사용된다. 반면에 중국어는 30여 나라에서 사용된다. 그것도 거의 그 지역 화교들 중심이다. 그러니 중국어는 중국인 및 화교들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민족어’에 가깝고, 영어는 영국인이나 미국인들보다 비원어민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국제어’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어는 어떨까?
한국어는 대략 7700만 정도의 사용자 인구에, 사용 국가는 남북한, 일본, 중국 등 동포들의 분포지역 중심이다. 아직 국제어라기보다는 민족 내부의 의사소통 중심이다. 최근에 한국어 학습자들이 점점 늘고, 한국으로 귀화하거나 이주하는 사람들도 는다고 하지만 아직 통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머지않아 ‘인구 절벽’이 닥칠 거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현재 한국어 사용 인구 순위가 세계에서 12등에서 15등 사이에서 머무는 중인데 뒤에는 인구가 빨리 늘어나는 타이(태국)어, 베트남어, 인도의 타밀어, 마라티어 등이 따라붙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인구 절벽이 언어 절벽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어 교육을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맨부커상을 받았던 한 젊은 작가가 또 다른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은 한국어에 다양하고 긍정적인 소통 기능을 부여하는 귀한 작업이다. 인젠 머릿수로 언어의 위상을 다툴 시기는 지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