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장관의 대답이 눈길을 끈다. 국내에 추가된 무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남 말 하듯이 대답한 ‘사건’이다. 이것을 반어법이라고들 일컫고 있는데, 반어법은 반대말을 이용해 원래의 의미를 강조하는 수사법이다. 느려터진 사람한테 “참 빠르기도 하다”고 비아냥대는 경우 따위를 말한다. 위의 답변은 반어법이 아니라 그냥 ‘반문’이다.
반문은 질문 자체가 이해되지 않거나 타당성이 없을 때 질문자에게 그 질문을 돌려주는, 즉 반품하는 행위다. 또는 질문의 전제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드러내는 진술 방법이다. 이 문답은 공적인 책임자들 사이의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의 진위는 대단히 ‘의무적’이어야 한다. 공적으로 무관한 사람이 물었다면 아무렇게나 대답해도 그만이고, 기자의 질문에 적당히 발뺌하는 답변이었다면 그 진위가 그리 ‘의무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에 입대하면 민간 사회의 말을 쓰지 말라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듣는다. 그만큼 민간 사회에서는 진위가 불분명하고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데 반해서 군대에서는 안전과 생명에 관한 문제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만큼 매사에 명확하고 진위가 분명히 드러나는 말을 써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이 답변을 문제 삼자 “뉘앙스 차이였다”고 말한 것은 이 사태의 심각함을 보여준다. 어찌 군사 전문가가 안보 관련 발언을 하면서 ‘뉘앙스’에 좌우되는 표현을 했다는 말인가. 뉘앙스는 느낌과 기분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함축적 의미’이다. 이런 말은 국가의 안보 책임자의 것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모든 공직자의 답변에는 그 위상에 따른 책임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