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정신없이 주워섬기다 보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엉뚱한 실수를 하기 쉽다. 그래서 약점을 감추려다 오히려 들통을 내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하면 한바탕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일이지만 공직자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한 대통령 후보가 젊은 시절의 객기를 호기 있게 털어놓았다가 뒷감당이 안 되는 일도 벌어졌다. 언어적 자해 행위를 넘어서서 거의 자폭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유불리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나랏일과 관련한 비공개 자료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휘두르면서 ‘정치적 회오리’를 일으키는 일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상처나 불이익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대화의 장’을 뒤집어버리기 쉽다.
더 나아가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는 논쟁은 편싸움하는 아이들의 말싸움 같아 보기에도 민망스럽기만 하다. 모든 대상이 ‘잠재적인 적’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면서 그래도 가장 미운 적을 공개하라니 이들이 진정 정치와 외교를 하자는 것인지 국민의 인내심을 테스트하자는 것인지 구별이 안 된다. 우리는 지난번 선거에서도 서해의 ‘북방한계선’ 문제로 정치판이 요동치다가 선거 끝나고 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 버린 ‘이상한 경험’을 했다. 그 시끄럽던 중에 뽑힌 지도자는 어땠었는가?
정치판에서의 말싸움은 권력을 노리는 경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파괴적인 자폭의 언어를 내뱉는 일은 유권자들이 행동으로 막아야 한다. 정치인 스스로도 상처를 입게 되고 유권자들도 감정적으로 과민반응을 해버리고 나서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이런 논쟁은 언어적 자해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그 이익은 집권층에만, 투표자들에게는 쓴물만 남기는 허망한 짓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