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이 다가온다. 태극기 들고 만세 운동을 했던 날이며 우리 헌법에는 이 삼일운동을 계기로 세운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삼일운동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의 독립 노선에 ‘공화국’ 건설을 명확히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왕정복고’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삼일운동 이후 우리는 공화정을 새 시대의 대의로 삼았고 태극기의 상징 가치를 자명하게 받아들였다.
태극기에 대한 비판도 가능은 하다. 유교적 우주관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태극기를 들고 다니거나 대문에 거는 우리들 중 누구도 그것을 유교적 전통과 연관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만 담고 있을 뿐 이것으로 자신의 신앙을 배타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고 주로 보편적인 국가 통합을 상징하는 도구로 이용해왔다.
종이사전에는 안 나왔지만 요즘 새로 나온 웹사전에서 얼굴을 내민 단어가 있다. ‘태극 전사’라는 말이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금방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의 별칭이자 동시에 명예스런 애칭이다. 여성 선수들에게는 ‘태극 낭자’라는 호칭도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정파적 목적으로 태극기를 들고 아스팔트길을 누비는 또다른 의미의 태극 전사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삼일운동 이래 사회 통합의 상징으로 기능해왔고 국가대표들의 경기에 열광하며 흔들었던 태극기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 다수의 반대 의견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태극기가 이용된다면 이는 곧 사회의 분열이자 퇴행이다. 이제 두 해만 지나면 삼일운동 100주년이다. 차제에 태극기에 분열의 상징이 아닌 통합적 기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