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국어 수업과 시험을 통해 우리는 항상 ‘표준어가 늘 옳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표준어가 아닌 방언과 비표준어는 배제의 대상이 된다. 비표준어의 대표는 통속어들이다.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면서 생겨난 말들이다. 대개는 통속어를 못난 어휘로 여기지만 사실 표준어 주변에 꽤 유용하게 쓰인다.
간단한 예를 들어 ‘원수’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원수’는 적대적인 상대를 일컫는다. ‘웬수’는 그것의 방언형이다. 그러나 그 쓰임새를 보면 ‘웬수’와 ‘원수’는 분명히 다르다. ‘원수’는 적개심을 가지고 쓰지만 ‘웬수’는 오히려 애정을 가지고 사용한다. 주로 여성들이 남편이나 자식들이 속을 썩일 때 쓰지 않는가?
음식 중에 ‘아구찜’이란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의 ‘아구’는 틀리고 ‘아귀’가 맞다. 아무리 마음먹고 ‘아귀찜’이라고 해도 그 음식의 맛이 당겨오지 않는다. 입맛 돌게 하는 말은 아무리 보아도 ‘아구찜’이다. 아귀는 불교에서 말하는 굶주린 귀신을 일컫는 말로 더 적당하다.
바람직한 다른 예로 ‘힘’의 방언 형태인 ‘심’이 들어간 ‘밥심’의 경우가 있다. ‘심’이 ‘힘’의 방언이지만 언어 현실 속에는 오로지 ‘밥심’만 있다. 그렇기에 ‘입심’, ‘뱃심’하고 하나의 계열처럼 규범 어휘 안으로 받아들였다.
표준어는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유용함의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낫다. 따라서 그 타당성의 기준을 좀 더 너그럽게 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반듯한 것보다는 풍부하고 다양한 쓰임새가 중요하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규범의 권위도 더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