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잘 돌아가면 사람들은 편안해진다. 반대로 잘 안 돌아가면 무척 피곤하고 우울해진다. 전망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유능하고 성실한 정치인들이 많이 필요하다. 좀 답답하더라도 정직하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열심히 길러 주어야 한다.
요즘 진행되고 있는 국회 청문회를 들여다보자. 자신의 업무와 깊숙이 연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하며 잡아떼다가 증거물이 나오면 ‘제가 너무 늙어서’라는 개그 수준의 변명을 한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은 준비가 안 된 겉도는 질문을 하거나 불필요한 호통만 치면서 청문 중계를 보는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이러한 시국 사건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사법부에만 맡겨 두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법적인 처리는 주로 법률 전문가들의 전문성에 기댄다. 보통 사람들이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자연히 소외된다.
이에 반해 국회에서의 논쟁과 청문은 일반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하고 그 논의 과정에 시민적 참여가 가능하다. 특히 텔레비전과 인터넷 같은 매체 덕분에 더욱 활발한 참여가 가능해졌다. 또 법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나 상식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국정농단의 문제를 단칼에 처리하지 못하고 의회의 논쟁과 청문을 통해 접근한다는 것은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말로 캐어묻고 따지면서 사회 정의를 조금씩 실천해 나갈 수 있다는 것 또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정치는 힘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