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이면 처음에는 좀 조용하다가 이내 웅성거리고 수군거리게 된다. 자연히 목소리를 점점 더 높이게 되고 시끄러워진다. 이렇다 할 의미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잡스럽다 하여 잡담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들이 웅성거리는 것은 대개 기초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는 과정이다. 상황이 어찌 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손해 보지 않는지 등을 캐내려고 더듬이로 확인하는 중이다.
아는 사람들이 모이면 금방 노닥거린다. 화제도 자유롭다. 주제의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 하다가 쉽게 저런 이야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혀 부담스러워하거나 짜증스러워하지 않는다. 이것도 잡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도 그리 무의미하지는 않다. 서로의 감성을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친한 사람들일수록 잡담을 많이 한다. 이렇다 할 결론도 없고, 뚜렷한 주제도 없었으면서도 오랜 시간 노닥거리고 나서는 매우 흡족해한다. 나중에 또 보자고 하게 되고 또 만나면 역시 그저 그런 잡담을 하게 된다. 그만큼 잡담을 통한 감성의 교류는 사람들을 무척 만족스럽게 만든다. 그 까닭은 잡담이 참여자들에게 ‘유대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잡담을 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은 사실 재확인된 유대감이 남긴 마음의 흔적이다. 그러나 잡담은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가까운 사람들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공유하는 감성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잡담은 자꾸만 잦아지고, 시간 낭비로 오해받기 쉽다.
그러면서도 잡담은 사람들 사이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얼핏 보기에는 무가치한 언어 활동 같으면서도 공동체의 유대 의식을 형성하는 데에는 더없이 유용한 수단이다. 지금의 우리 언어가 형성되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잡담으로 그 기초 공사를 한 셈이다. 잡담은 모든 언어의 주춧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