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이 나른해지고, 구역질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 후 고열과 설사 등 증상을 보이는 한편, 혈소판이나 백혈구가 급감한다. 2011년에 병원균이 확인된 전염병이다.’(위키백과)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의 설명이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지난주 국내에서도 이 전염병 감염으로 의심되던 환자가 숨졌다. “이 병의 위험성이 일본 뇌염 등 많이 알려진 곤충 매개 감염병에 견주어 더 큰 것은 아니다”라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도 불안감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데다 매개체가 이른바 ‘살인 진드기’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에스에프티에스(SFTS)로 의심되는 환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공포를 느꼈다. “매개 진드기 중에 전염시킬 바이러스를 지닌 개체는 ‘100마리 중 1마리 미만’이라는 전문가의 설명도 두려움을 덜어내지는 못했다. 신문기사를 ‘읽는 것’과 뉴스를 ‘듣는 것’의 차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인(사람 죽이는) 진드기’라는 표현이 영화 <연가시>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으니 말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것의 원이름은 ‘작은소참진드기’다.‘
신증후군 출혈열’(유행성 출혈열)을 옮기는 설치류나 조류독감의 하나인 ‘H5N1’을 옮기는 조류, 뇌염과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모기 따위를 두고 ‘살인 쥐’, ‘살인 새’, ‘살인 모기’라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맹독을 지녔다는 이유로 ‘살인 뱀’이나 ‘살인 벌’이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살인 진드기’ 의심 1명 사망” 같은 기사 제목은 어색하고 ‘살인 진드기’라는 표현은 왠지 섬뜩하다. ‘살인 진드기’의 따옴표를 드러낼 수 없는 라디오에서는 앞에 ‘이른바’, ‘속칭’을 붙이고,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이 길어서 부담스럽다면 영어 약자 ‘에스에프티에스’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