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지나서도 이어지는 비와 무더위에 과연 가을이 올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래도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이뤄지는 모양이다. 요 며칠 사이 높고 청명해진 하늘에는 비늘구름이 뜨고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길가에 가을꽃의 대명사인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긴 줄기 끝에 달린 코스모스 꽃잎은 하나씩 볼 때는 단순하고 별로 인상적이지 않지만 무리 지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연약한 코스모스의 자태를 묘사할 때 흔히 '갸날프다'란 표현을 쓴다. "키도 크고 목도 긴 그 여선생님의 갸날픈 모습을 뵐 때마다 코스모스가 떠올랐어요." "여리디여린 갸날픈 몸으로 하늘을 나는 양 제 몸 흔들어 가을 문 여는 네 모습이 참 곱기도 해라." 하지만 이때의 '갸날프다'는 '가냘프다'를 잘못 쓴 것이다. '가냘프다'는 '몹시 가늘고 연약하다'라는 뜻으로 '가녀리다'로 바꿔 써도 비슷한 의미가 된다.
'가냘프다'를 활용할 때도 "너무 가냘퍼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 허리가 부러질 것 같다"처럼 '가냘퍼'라고 쓰기 쉬운데 '가냘파'가 맞다. 일반적인 맞춤법 원칙은 '막다→막아' '돌다→돌아' '겪다→겪어'처럼 어간의 끝 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는 어미를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는 '-어'로 적는다. 그러나 '가냘프다, 바쁘다, 아프다, 고프다 ' 등은 '가냘퍼, 바뻐, 아퍼, 고퍼'가 아니라 '가냘파, 바빠, 아파, 고파' 를 바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