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6, 7월. 우리 조상들은 절기상으로 가장 무더우며, 삼복(三伏)이 들어 있는 이 무렵 나쁜 일을 떨어 버리기 위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자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몸을 보했다. 지금도 복날이 되면 보신탕.삼계탕 집들엔 장사진을 이룬다. 여기서 우리말에 관한 문제 하나. "그 친구는 보신탕을 먹을 땐 꼭 엘레지를 찾는다" "이렇게 더운 날엔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냉면 사리가 생각난다"에서 쓰인 '엘레지, 사리'는 외래어일까.
슬픔을 노래한 악곡이나 가곡을 뜻하는 프랑스어 엘레지(lgie)도 있지만 여기서 쓰인 엘레지는 순 우리말이며 구신(狗腎), 즉 개의 음경을 한방에서 이르는 말이다. 구신을 '심'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구신'과 관련해선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심은 '소의 힘줄, 죽에 곡식 가루를 잘게 뭉치어 넣은 덩이, 나무의 고갱이, 무 따위의 뿌리 속에 섞인 질긴 줄기' 등을 의미한다.
사리는 '국수, 새끼, 실 등을 포개어 감다'라는 뜻의 동사 '사리다'에서 온 말이다. '냉면 사리, 새끼 사리, 국수 사리' 등으로 쓰인다. 또한 뱀 따위가 몸을 똬리처럼 동그랗게 감거나, 다른 짐승이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를 나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