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꺼려하다, 꺼리다
루이 14세는 하이힐과 가발을 유행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짐은 곧 국가'라고 할 만큼 절대 권력을 누린 그였지만 외모에 대해선 고민이 많았다. 작은 키를 남들에게 보이기 꺼려 굽 높은 구두를 신고 키가 커 보이게 하는 가발을 쓰고 다녔다. 그의 위풍당당함 뒤엔 이런 변장술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단점을 숨기고 싶었던 루이 14세처럼 사물.일 따위가 자신에게 해가 될까 봐 피하거나 싫어하는 것, 개운치 않거나 언짢은 데가 있어 마음에 걸리는 것을 '꺼리다'라고 한다. 그런데 이를 '꺼려하다'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땅바닥의 오물이 옷에 묻는 것을 꺼려한 귀족들이 높은 굽의 신발을 신었던 데서 하이힐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빨간 머리를 꺼려해 다른 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였다"처럼 쓰고 있지만 '꺼려한' '꺼려해'는 잘못된 표현이다. '꺼리다'가 기본형이므로 '꺼린' '꺼려'라고 해야 맞다.
'싫다-싫어하다'의 예와 같이 '꺼리다'에 '-어하다'를 붙여 '꺼려하다'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꺼리다'는 그 자체로 완벽한 동사다. 형용사를 동사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어하다'를 붙여 사용할 필요가 없다.
'꺼려하다'가 아니라 '꺼리다'가 올바른 표현이므로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고 내복 입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살이 찌고 난 뒤 그는 옷 입어 보는 것조차 꺼려한다" 등은 모두 '꺼리는' '꺼리지' '꺼린다'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