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꼬방
빈민촌이나 달동네의 허름한 집을 가리킬 때 '하코방'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이곳 하코방들에는 변소가 없었다. 그러므로 여기 주민들은 대소변에 있어서 아주 개방적이었다"처럼 도시 빈민의 궁핍한 삶이나 소외된 도시 근로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묘사하는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 '하코방'이란 인터넷 쇼핑몰도 있다. '하코방'은 상자나 궤짝 등을 의미하는 일본어 '하코(はこ.箱)'에 한자어 '방(房)'이 합쳐진 말이다. 그대로 풀이하면 '상자방, 궤짝방'이 된다. 판자로 벽을 만들어 흡사 궤짝같이 지은 허술한 집을 일컫는다. 우리말로는 '판잣집' 정도가 적당하다. 일제시대에는 토지 등을 빼앗긴 농민들이 서울 외곽으로 몰려들면서 '토막집' '토굴집'이라 불리는 무허가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판잣집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한국전쟁 직후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두꺼운 종이상자나 판자로 벽을 세워 대충 바람만 가리게 만든 집이 많았다고 한다. 판잣집이 모여 있는 매우 가난한 동네를 '판자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공식 1호 판자촌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이다. 요즘은 방을 여러 개로 나누었다는 점에서 '쪽방'이란 말도 많이 사용하지만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말인 '하코방'은 '판잣집'으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