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기다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독설가였던 버나드 쇼는 재미난 일화를 많이 남겼다. 어느 날 그는 고관들에게 한 통의 전보를 보낸다. "모든 게 들통 났다. 튀어라." 전문을 본 이들은 그 길로 꽁무니를 뺐다. 당시 부패한 영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으로 뒤가 '캥기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마음속으로 겁이 나고 탈이 날까 불안한 것을 가리켜 '캥기다'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뒤돌아서면 왠지 찜찜하고 뒤가 캥기는 다른 정치인과 달리 그는 뒷맛이 개운한 과일 같은 사람이다" "캥기는 게 없다면 왜 거액을 조건으로 합의에 나섰겠느냐?"처럼 쓰고 있지만 '켕기는'이라고 해야 맞다. 'ㅔ'와 'ㅐ'는 다른 글자이지만 발음상 잘 구별하기가 어려워 '케케묵다'를 '캐캐묵다'로 적거나 '캐묻다'를 '케묻다'로 표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처럼 '케'와 '캐'를 소리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켕기다'를 '캥기다'로 잘못 쓰는 사람이 많지만 '켕기다'가 표준어다.
"뒤가 켕기는 사람은 한밤 쥐가 우는 소리에도 기겁하지만 물욕(物慾)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은 태산이 무너지고 눈앞에서 고라니가 뛰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본업을 숨기고 가공의 직업을 내세운 후보야말로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음이 틀림없다" "속으로 켕기는 거라도 있어?"와 같이 써야 한다.
'켕기다'는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다' '마주 버티다' '맞당겨 팽팽하게 만들다'는 뜻으로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