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 옷거리 / 옷맵시가 좋다
'옷걸이'가 좋으려면 키가 어느 정도여야 할까?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옷을 가장 잘 소화하는 이상적인 신장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남자 175㎝, 여자 165㎝ 이상은 돼야 태(態)가 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여기엔 오류가 있다. '옷걸이'는 옷을 걸어 두도록 만든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옷걸이가 좋다"고 하면 옷을 거는 기구가 나무랄 데 없어 만족한다는 뜻이 된다. 옷을 입은 맵시를 이르는 말은 '옷거리'로,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고 할 때는 "옷거리가 좋다"고 해야 맞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주름투성이의 양복을 옷걸이에 걸어 두면 수증기로 인해 주름이 펴진다" "길게 뻗은 팔다리와 고운 어깨선을 가진 사람을 보고 흔히 옷거리가 좋다고 말한다"처럼 그 의미를 구분해 써야 한다.
'옷거리'를 달리 '옷맵시'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두 낱말 모두 옷을 입었을 때의 어울림을 뜻하지만 쓰임새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옷거리'가 옷을 입은 사람의 신체 구조나 조건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면 '옷맵시'는 옷을 입었을 때의 전체적인 모양새나 태도에 초점을 맞춘 말이다.
"다니엘 헤니는 옷거리가 늘씬해 어떤 옷을 걸쳐도 옷맵시가 난다" "하체를 길어 보이게 해 옷맵시를 살려 주는 키높이 구두가 남성들 사이에 인기다"와 같이 둘 다 옷이 잘 어울리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미세한 의미 차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