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풀이
술을 마시되 덜 취하는 방법이라든가, 술을 많이 마신 이튿날 속을 빨리 푸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기사들도 술꾼들에겐 일과성 조언밖에 안 된다. 술을 안 마시는 게 상책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일찍이 현진건은 그 속내를 파악하고 '술 권하는 사회'를 써내기도 했다. 술을 거부할 수 없다면 숙취를 해소하거나 쓰린 속을 푸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속을 푼다는 뜻으로 '속풀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속풀이'를 찾아보면 첫째 뜻으로 '분(憤)풀이'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다. 둘째 뜻으로는 '분풀이'의 북한어로 돼 있다. 이것으로 보아 '분풀이'의 뜻으로 '속풀이'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풀이'란 뜻으로 '속풀이'가 쓰이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속풀이'는 속을 푼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북엇국이 속풀이에는 최고야! 아니야, 콩나물국밥이 최고야!" "매운맛이 맞든지, 순한 맛이 맞든지 간에 속풀이 국물로는 재첩국이 제격이다." "속풀이에 좋은 북어와 콩나물로 우려낸 고급 라면, 코끝이 찡해지는 고추냉이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 알이 담긴 삼각김밥, 이 두 가지로 속 편한 아침을 맞이하자."
'속풀이'는 '살(煞)풀이' '원(怨)풀이' '한(恨)풀이' '화(火)풀이' '골풀이'와 같은 부류의 말이다. '분풀이'와는 전혀 다른 의미인, '속을 푸는 일'이라는 뜻의 '속풀이'도 사전에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