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먹거리'는 현재 비표준어다. 이러한 규범적 처리는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 단어가 조어법을 어기고 있다고 보는 생각이다. 의존명사 '거리'는 명사 뒤나 동사의 관형형 어미 '-ㄹ/을' 다음에 오기 때문에('웃음거리, 입을 거리' 따위), 동사 어간 '먹-'과는 결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위의 규칙은 통사 규칙일 뿐이다. 조어는 얼마든지 통사 규칙과 무관하게 이뤄질 수 있다. 만일 조어가 반드시 통사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 '늦가을, 뛰놀다' 같은 소위 비통사적 합성어는 성립할 수 없다. '먹거리'가 조어법에 어긋난다고 하는 주장은 '늦가을, 뛰놀다' 대신 '늦은 가을, 뛰어놀다'로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 '먹거리'를 '먹을거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두 말이 매우 비슷하긴 해도 결코 똑같지는 않다. 가령, "그는 가게에 가서 먹을거리를 좀 사왔다"와 "나는 어제 향토 먹거리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를 보았다"의 경우, '먹을거리'와 '먹거리'는 맞바꾸기가 어렵다. 물론 둘 다 먹는 대상물을 가리키지만, '먹을거리'가 장차 끼니나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특정한 것을 가리키는 반면, '먹거리'는 일반적으로 즐기거나 섭취할 수 있는, 어떤 부류의 것을 뜻할 때가 많다. 따라서 '먹거리'는 '먹을거리(사실 이 말이 하나의 단어인지도 의문이다)'와 별개의 말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