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가까워 오던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조셉 맥피라는 구세군 사관은 재난을 당한 1000여 도시 빈민을 먹여 살릴 궁리를 하다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다. 집안에서 사용하던 큰 솥을 오클랜드 부두로 들고 나가 거리에 내걸었다. "이 국 솥을 끓게 합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빈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기금이 마련됐다.
1928년 12월 15일 서울.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던 박준섭(조셉 바아)은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시작한다. "가난한 이웃을 도웁시다." 메가폰을 통해 울려 퍼지는 자선의 목소리와 종소리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가슴을 데우며 사랑의 손길을 내밀게 했다.
당시에는 '자선냄비'가 아니라 '자선남비'라 불렸으며, 오래도록 이 용어를 사용해 왔다. '남비'가 일본어 '나베(鍋)'에서 온 말이라 해 원형을 의식, '남비'로 표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을 개정하면서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냄비'를 표준어로 삼았다. '서울나기' '풋나기' 등 '-나기'도 '서울내기' 등 '-내기'로 함께 바뀌었다. 구세군 '자선남비'도 '자선냄비'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