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양 떼들과 국민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둘 다 무리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일까. 재미있는 생각을 여러 모로 해 볼 수 있겠지만, '양 떼들'과 '국민들'은 모두 중복된 복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들'은 '연필들'처럼 셀 수 있는 명사 뒤에 붙어서 복수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미사로 쓰이거나, '배.감.사과 들'처럼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해 가리키는 의존 명사로 쓰인다. 접미사로 쓸 때는 앞말에 붙여 쓰고 의존 명사로 쓸 때는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양 떼들'에서의 '떼'에는 이미 '목적이나 행동을 같이하는 무리'라는 복수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들'을 덧붙이게 되면 불필요하게 의미가 중복된 겹말이 돼 버린다. 따라서 '양 떼'라고 쓰는 게 좋다.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이나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개개인'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집합명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국민들'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꼭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외환 위기 때는 온 국민이 나라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처럼 쓰는 게 더 바람직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