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겨, 사귀어, 부셔, 부숴
봄은 만물을 소생하게 할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들뜨게 한다. 봄의 설렘과 생동감이 만물의 사랑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봄을 사랑의 계절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랑의 계절, 미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두 명의 남녀가 있다면 아마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너희 혹시 사겨?" 하지만 '사겨'라고 묻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사귀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 '사귀다'를 활용(사귀니/사귀고 등)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인 어간 '사귀'에 의문형 어미 '-어'를 붙여 '사귀+어'꼴로 만들 수 있다. 즉 "사귀어?"라고 묻는 게 옳은 표현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드라마 '청춘의 덫'에 나오는 명대사인 "당신, 부셔 버릴 거야"의 '부셔'가 있다. 망가뜨린다는 뜻의 '부수다'는 어간 '부수'에 '-어'가 붙으면 '부수어'가 되므로 줄여'부숴'라고 해야 맞다. '부셔'는 '(눈이) 부시다'의 어간 '부시'에 '-어'가 붙은 형태로 "눈이 부셔 뜰 수가 없다"와 같은 경우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