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조정
며칠 전 어린이날 에어쇼 도중 추락해 사망한 김도현 소령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는 비상 탈출을 할 수 있었음에도 어린이 관객들이 모여 있는 관람석에 추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끝까지 '조정간'을 잡고 있었다고 한다. 남편을 잃고 슬픔에 잠긴 부인과, 아무것도 모른 채 앙증맞은 거수경례를 하는 네 살짜리 건우 군 사진을 신문에서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항공기를 운항할 때 비행 방향과 운동 방향을 바꾸는 데 쓰는 장치를 '조정간'이라고 적는 걸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조종간(操縱杆)'이라고 쓰는 게 바르다. '조종(操縱)'은 비행기나 선박, 자동차 따위를 다루어 부리는 것을 뜻하고 '조정(調整)'은 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하는 것을 뜻한다. '모터 보트를 조종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견을 조정해야 한다'처럼 쓴다. '조종간'의 '간(杆)'은 지레 또는 막대라는 뜻이므로 '비행기를 부리는 막대'가 되는 셈이다.
'타워 크레인 조정실' '헬기 조정사' '전투기 조정석' 등도 역시 '다루어 부린다'는 뜻이 돼야 하므로 조종실, 조종사, 조종석으로 써야 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