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보를 울렸다
"미국은 한국 선수들의 열정에 제압당했다." 한국의 야구 월드컵 4강 진출을 미국 언론은 이렇게 평가했다. 많은 사람이 성취의 조건으로 열정을 꼽는다. 열정도 능력이다. 6월, 다시 한번 뜨거운 가슴으로 독일 월드컵에서도 짜릿한 '승전보'를 울려 주기를 소망한다. 승리의 소식을 전할 때 '승전보를 울리다'고 하는 경우를 간혹 본다. "한국 야구는 투혼을 불사르며 승전보를 여러 차례 울렸다"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승전보를 울릴 때마다 한국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러웠다"처럼 쓰는 예가 있다.
그러나 이는 '승전고를 울리다'를 잘못 표현한 것이다. '승전보(勝戰譜)'는 싸움에 이긴 경과를 적은 기록을 일컫는 것으로 '승전보를 전하다/남기다'와 같이 사용할 수는 있지만 '승전보를 울리다'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 싸움에 이겼을 때 울리는 북은 '승전고(勝戰鼓)'이므로 "태극전사들이 독일에서 토고ㆍ프랑스ㆍ스위스에 맞서 승전고를 울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처럼 써야 한다. '승전고를 올렸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북은 울리는 것인 만큼 '승전고를 울렸다'가 바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