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과 누적
"수십 년간 '누적된' NASA의 기술을 민간 기업에 적극 제공하라". 1993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책을 발표한다.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정수기ㆍ선글라스ㆍ화재경보기 등은 모두 우주 공간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축적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첨단 기술 덕분에 탄생했다. 기술은 누적되는 것일까, 축적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은 축적되는 것이다. 누적과 축적은 무엇이 쌓인다는 측면에선 의미상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누적(累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쌓이는 경우에, 축적(蓄積)은 의지를 갖고 모으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의 존경받는 과학자 레이철 카슨은 자신의 천재성을 개인의 명예와 부를 축적하는 데 쓰지 않고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했다" "축적된 기초과학 지식과 정부의 지원책이 단기간에 인도를 소프트웨어산업 강국으로 만든 비결이다"처럼 축적은 지식ㆍ경험ㆍ자본 따위를 모아 쌓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에 반해 누적은 "나이가 들수록 피로가 누적되기 쉽다" "그는 불만 누적에 따른 위화감 확산을 우려했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