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눈자위, 눈두덩
지난 일들을 회고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화면을 재방영했다. 벌써 오래전 일이었지만 몇 십 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한스러웠던 지난 세월을 쏟아놓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경우 '눈자위가 붉어졌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까?
'눈시울'과 '눈자위'는 뜻이 다르다. 눈시울은 '눈언저리의 속눈썹이 난 곳'을 가리키는 말이고 눈자위는 '눈알의 언저리'를 뜻하는 단어다. 눈언저리는 감정에 휩쓸리면 쉽게 뜨거워지고 붉어지지만 눈자위는 오래 펑펑 울 경우에 붉어진다. 이산가족 당사자야 눈자위가 붉어질 만큼 울겠지만 시청자는 감동해 눈물이 나더라도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이때는 '눈자위가 붉어졌다'보다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뜨거워졌다]' 쪽이 잘 어울린다.
'가리려고 짙게 화장을 했지만 시퍼렇게 멍이 든 눈자위를 숨길 수 없었다' '중국에서 눈자위 지방 제거, 코 높이기 등 성형수술이 유행이다' 같은 문장 중의 눈자위도 '눈두덩'(눈언저리의 두두룩한 곳)으로 써야 문맥에 어울린다. 모두 눈자위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