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백성, 서민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따라 눕게 마련이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공자가 한 말로 '논어(論語)'의 안연(顔淵)편에 나온다. 이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에선 '풀(草)'과 '백성(民)'을 조합해 '민초(民草)'라는 말을 만들어 써 왔다. 백성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에 비유한 말이다.
이 '민초'란 말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흔히 쓰이고 있는데, 같은 한자어 문화권에서 일본인이 만든 것이라 해서 맹목적으로 거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많다. 국민·서민·평민 등과 같이 '초민(草民)'이라면 몰라도 거꾸로 된 '민초(民草)'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어쨌든 백성·국민 등을 제쳐놓고 굳이 '민초'란 말을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일본식 한자어이기도 하지만, 백성을 풀과 같이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말인 것 같아 영 내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