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과, 짬밥
영화 '해안선'에 나오는 강 상병은 흔히 말하는 '고문관'이다. 어느 날 밤 경계근무 중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 사살하고 그 공로로 포상휴가증을 받아들지만, 그때의 충격으로 의병제대를 한다. 그 뒤에도 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미친 짓을 계속하고 급기야 모두가 미쳐 간다는 내용이다.
'짬밥 많은 선임병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되는데 고문관이니 하면서 차갑게 대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 같다'에서처럼 군대 얘기를 할 때 흔히 나오는 말이 '고문관'이다. '고문관'은 미 군정시대에 한국의 국방경비대에 파견 나온 미 군사 고문관들이 한국어를 못하고 어수룩하게 행동했던 데서 유래한 것인데, 주로 군대에서 행동이 굼뜨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관심사병'이란 용어로 대체됐다.
'짬밥' 또한 '연륜'이나 '고참'을 의미하는 군대 속어다. 짬밥의 어원에 대해선 '먹고 남은 밥'을 뜻하는 '잔반(殘飯)'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지만, 짬밥의 뜻은 이제 그 어원에서 멀어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