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35도를 넘는 무서운 더위와 열대야로 끈적끈적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가 이런 '무서운 더위'를 뜻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무더위'는 이런 의미하곤 거리가 멀다. '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온 말이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무더위'라 하는데, 일반적인 더위와 달리 물기가 많아 후덥지근하게 와 닿는 더위를 가리킨다. 열대야로 끈적끈적하게 느껴지는 것도 더운 습기 때문이다.
'무더위'에서 '무'는 '물'이 다른 단어와 결합하면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무서리, 무지개, 무살, 무자맥질 등의 '무'도 마찬가지다. '무더위' 외에 '불볕더위'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따가운 더위가 '불볕더위(불더위)'다. 더위를 강조하기 위해 '불볕 무더위'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둘은 다른 개념이어서 합쳐 놓으면 어색하다. '무더위'는 끓는 물의 뜨거운 김을 쐬는 듯한 '찜통더위'나 '가마솥더위'와 비슷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째 '무더위'가 무서운 더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