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듯, 갈 듯
우리 민족의 향토색 짙은 서정을 민요적 가락으로 풀어낸 청록파의 일원이었던 박목월 시인은 조지훈 시인의 '완화삼'에 '나그네'로 화답하는 시를 보냈다. 그는 나그네에서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를 노래하며 정겨운 우리말과 간결한 표현으로 달관과 체념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달 가듯 가는'의 '듯'은 뒤에 따라오는 절의 내용이 앞 절의 내용과 거의 같다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듯이'의 준말이다. '그는 돈을 물 쓰듯 한다' '네가 하듯이 나도 하겠다' '사람은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도 다르다'처럼 쓰인다. 이 경우 '듯'이 붙은 단어와 유사한 의미의 단어나 내용이 뒤에 온다.
반면 '일이 잘돼 갈 듯하다' '비가 올 듯하다' '그 사람을 잘 아는 듯 말했다'의 '듯'은 짐작이나 추측을 의미하는 의존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대부분 '은''는''을''ㄹ'뒤에 쓰인다. '죽일 듯 달려들었다' '쥐 죽은 듯 고요했다'와 같이 사용된다.
'일을 하는 듯 마는 듯 빈둥거리고 있다'처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의미의 '듯'도 띄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