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를 누비다, 태클, 세리머니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조편성을 위한 시드가 배정됐다. 경우에 따라선 남북한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맞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온 국민은 한·일 월드컵의 영광을 다시 한번 기대하기도 한다. '한국 프로축구 그라운드를 화끈하게 누빈 주인공들이 모두 모이는 시상식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천수로선 이번 몰디브전이 화끈한 골 세리머니로 본프레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상철의 나이스 태클로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여기에 쓰인 '그라운드를 누비다' '세리머니' '나이스 태클' 등은 한국식 영어일 뿐 올바른 말이 아니다. 그라운드의 원뜻은 흙이나 땅을 이르는 것이지 운동장을 뜻하는 게 아니다. 학교 운동장은 'playground', 군 부대 연병장은 'parade ground', 운동경기를 위한 운동장은 'athletic field' 또는 'field'라고 한다.
세리머니 역시 어울리지 않는 표현으로, 그러한 동작을 'celebration'이라 한다. 미식축구에서도 득점한 다음 보여주는 일련의 동작들을 'touchdown celebration'이라고 한다. 'celebration'은 '축하'라는 뜻이지만 '기분을 내다'라는 의미도 있다.
축구에서 흔히 쓰이는 태클이란 말은 미식축구에서 선수들이 뒤엉켜 벌이는 험악한 몸싸움에서 유래했다. 물론 이 경우 '태클'은 명사가 아니라 '태클하다'라는 뜻의 동사다. '나이스 태클'은 '멋진 수비' 정도로 쓰는 게 낫다. 정확하지도 않은 한국식 영어를 사용하기보다 적절한 우리말로 순화해 쓰는 편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