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밥을 귀후비개로 파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팔다리가 없는, '오체불만족'의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미국에선 장애인의 존재가 일상화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의 장벽이 없다는 말이다. 많은 감동을 줬던 장애인 올림픽은 28일 폐막하지만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우리의 올림픽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신체 중 '귀'와 관련해 몇 가지 주의할 표현이 있다. "귓밥이 가득 찼다" "귓밥을 팠다" 등으로 많이 쓰지만 이는 틀린 표현이다. '귓밥'은 귓바퀴 아래쪽에 붙어 있는 살, 귓불을 뜻한다. 따라서 귓밥은 차다, 파다와는 어울리지 않고 "귓밥이 두툼하다"처럼 쓸 수 있다. 간혹 귀창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귓구멍 속에 낀 때'라는 의미로 사용하려면 '귀지'라고 해야 옳다. 귀지를 파낼 때는 '귀이개'가 필요하다. 귀이개도 귀지개, 귀개, 귀후비개, 귀쑤시개 등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덮개처럼 도구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개'가 귀지와 결합해 '귀지개'가 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귀이개는 우비다, 후비다의 옛말인 '우의다'가 붙은'귀우개(귀+우의+개)'에서 변한 말이다. 따라서 '귀이개로 귀지를 파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그 밖에 귀걸이, 귀고리 중 어떤 말이 표준어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있다. 둘 다 표준어다. 다만 귀걸이는 귀마개 등 '귀에 거는 것'을 모두 가리키며 '귓불에 다는 장식품'이란 뜻의 귀고리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귀엣말과 귓속말도 둘 다 쓰인다. 원래 귀엣말만 사용되다 귓속말이 세력을 얻으면서 표준어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