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트래킹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다리는 점점 무거워진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내가 선두다. 5.195㎞만 더 달리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아니 이게 뭐야. 저 사람은 왜 내게 달려들지.' 이번 아테네 올림픽의 위대한 승리자 반데를레이 리마. 그는 마라톤 37㎞ 지점까지 2위에 150m가량 앞서 달리다 주로에 뛰어든 '나쁜' 호런에게 떼밀려 넘어진다. 페이스를 잃었다. 한 명, 두 명 그를 제치고 나간다. 그러나 그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3위. 환하게 웃으며 1위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리마에게 관중은 환호했다. 그의 불운을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나는 완주했다. 행복하다'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리마. 금메달이라는 보상보다 42.195㎞를 완주하리라는 약속을 지킨 게 그에겐 더욱 가슴 벅차다. 흔히 등산을 '무상(無償)의 행위'라고 한다. 얼음·돌 조각이 탄환처럼 쏟아지고, 숨 쉬기조차 어려운 히말라야 '죽음의 지대(8000m 이상의 고산을 이름)'. 거기엔 금메달도, 관중도 없다. 리마가 느꼈던 행복이 있을 뿐…. 아무나 리마가 될 수 없듯이 산사람이라고 모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오를 수는 없다. '리마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지려는 사람들은 히말라야로 트레킹(trekking)을 떠난다. 트레킹은 K2(8611m) 같은 고산을 보기 위해 3000∼5000m 지점을 걷는 여행에서, 산의 풍광을 감상하거나 산의 문화를 찾아보는 여행 또는 낮은 산을 중심으로 한 가벼운 등산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육상 종목 중 트랙(track) 경기에 이끌려 트래킹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