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박고
얼마 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성적으로 풍자한 화면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시끌시끌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야당의원들이 의원 연찬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험한 말로 풍자하는 연극을 공연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더 멋진 대결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방법으로 치고받을까?
정치권의 싸움 얘기가 나왔으니 '치고받다'를 짚고 넘어가자. 흔히 '치고박고 싸웠다''그들은 만나기만 하면 치고박는다'처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잘못이다. '말로 다투거나 실제로 때리면서 싸우다'라는 뜻으로는 '치고받다'를 쓰는 것이 옳다. '박다'는 '두들겨 치거나 틀어서 꽂히게 하다'라는 뜻으로 주로 쓰이고, '출입문에 머리를 박는 바람에 넘어졌다'처럼 '부딪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반면 '받다'는 '머리나 뿔 따위로 다른 물체를 세게 떼밀다'의 뜻으로 '소가 투우사를 뿔로 받았다'처럼 쓰인다. 이런 의미를 생각해 보면 '치고받다'는 '주먹으로 치고 머리로 받으며 싸우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지금 괴롭다. 불황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북한의 핵개발 등 나라 주변에서 한시도 편안하게 놔두질 않는다. 이런 때 설사 한쪽에서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서로 치고받지 말고 점잖은 말로 재치있게 받아넘기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