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버리다, 져 버리다, 처 버리다 쳐 버리다
아테네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다. 한국 축구는 아쉽게도 파라과이에 져버렸지만 올림픽 8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남은 종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싸워 주었으면 한다. '상대 팀에 져버렸다' '기대를 저버렸다' '상대를 쳐부쉈다' '순위에서 뒤로 처졌다'에서와 같이 '저/져' '처/쳐'가 나오면 'ㅓ'인지 'ㅕ'인지 헷갈린다.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 원래 한 단어(ㅓ)인지, 두 낱말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ㅕ)인지 따지면 된다.
두 낱말이 결합할 때는 '어'(본용언과 보조용언을 이어 주는 연결어미)가 들어가 '지+어→져' '치+어→쳐'가 되기 때문이다. '저버리다'(남이 바라는 바를 어기다), '처지다'는 원래 한 단어여서 '저' '처'다. '저미다, 저리다'도 그렇다. '져버리다'는 '지다'(본용언)에 이미 끝났음이나 아쉬움을 더하는 '버리다'(보조용언)가 붙은 것으로, '지+어 버리다→져 버리다' 형태여서 '져'가 된다(보조용언은 붙여 써도 됨).
'쳐부수다'는 '치다'와 '부수다'가 합쳐져 생긴 말(치+어부수다)이어서 '쳐'가 된다. '쳐내다, 쳐들어가다'도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마구, 많이'를 뜻하는 접두사 '처'가 들어간 '처넣다, 처먹다, 처마시다, 처박다, 처담다'도 있다. '(기대를) 저버리다'는 원래 한 단어여서 '저', '쳐부수다'는 두 단어가 합쳐져 '쳐'라는 것과 '처넣다'의 '처'는 '마구'의 뜻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