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차다, 야멸차다
글에도 맛이 있다. 사람마다 말투가 다르듯 글투도 다양하다. 남성적인 글이 있는가 하면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 글도 있다. 그러한 맛을 내기 위해 작가들은 하나의 낱말 선택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말을 만들기도 하고 잊힌 우리말을 살려 쓰기도 한다. 사투리가 사회성을 인정받아 표준어가 된 예도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도 이러한 규범성을 획득해 사전에 오를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는 바른 표기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입엔 익었지만 표준어가 아닌 것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가열차다'다. "서울의 골목을 누비면서 가열찬 투쟁을 했다"란 문장에서 '가열찬'을 '가열한'으로 바꾸면 오히려 생소한 느낌이 들거나 '가혹하고 격렬하다(苛烈)'란 단어의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가열차다'란 표현을 보람차다ㆍ희망차다와 같은 구조로 생각해 자연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열하다'가 표준어다.
비슷한 예로 '태도가 차고 야무지다'란 뜻의'야멸차다'가 있다. "여론은 그들을 야멸차게 비난했다"처럼 쓰인다. 사람의 성격ㆍ태도를 나타내는 말 중에 매몰차다·대차다 등 '-차다'란 형태가 많다. 이와 연관지어 '야멸차다'가 맞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야멸치다'로 써야 한다. 편하고, 재미있다고 손 가는 대로 글을 쓰는 사람이 넘쳐난다.
맞춤법은 무시되기 일쑤고 국적 불명의 외계어가 난무한다. 바루어 쓰는 게 표현을 가두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바루지 않은 문장에선 진정한 글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 가열차다→가열하다 # 야멸차다→야멸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