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키다
'~하다' 대신 '~시키다'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뜻을 분명하게 하려는 심리에서 '~시키다'를 즐겨 쓰지만 의미가 달라지거나 어색한 경우가 많다. '교육시키다' '입원시키다' '오염시키다' '화해시키다' 등에서처럼 '~시키다'는 서술성이 있는 일부 명사(대부분 한자어) 뒤에 붙어 남에게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하지만 '직원을 해고시켰다' '출국을 금지시켰다' 등에서는 남에게 시킨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고했다' '금지했다' 등으로 고쳐야 한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시키겠다' 역시 주체가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결했다' '연계하겠다'로 해야 한다. '한 달에 500만원의 수입을 예상시키는 사업'에서의 '예상시키는'도 어색한 말이다. 생각·느낌 등 지속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는 동작을 일으키는 '~시키다'와 어울리지 않는다. '수입이 예상되는'으로 해야 자연스럽다. '생각하다'를 '생각되다' '생각나게 하다'로는 쓸 수 있지만 '생각시키다'로는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키다'를 남용하다 보니 '너, 거짓말시키지 마라' '왜 거짓말시켰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남에게 시킨 것이 아니라면 '너, 거짓말하지 마라' '왜 거짓말했어'라고 해야 한다. '~하다'로도 뜻이 충분히 통하거나, 남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시키다'를 쓰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