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 사숙
'절학무우(絶學無憂, 배움을 끊어라. 근심이 없을지니)'. 노자(老子)가 한 말이다. 하지만 '배움을 끊을 수 없다'는 게 더 문제다. 평생을 독서로 일관한 이덕무(李德懋)도 '배우는 일보다 더 당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아무리 안다고 해도 그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겸손해야 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배움과 관계된 말에 '사사'와 '사숙'이 있다. 이 두 낱말은 상당히 자주 잘못 쓰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난곡 김응섭·여초 김응현·송은 심우식 같은 대가(大家)들에게서 23년을 사사한 첫 결실이다.' '사사(師事)'는 '(누구를)스승으로 섬김.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을 뜻한다. '사사하다'는 타동사이므로 목적격 조사를 써서 '○○를[을] 사사하다'로 해야 올바른 용법이다. 따라서 위의 문장에서 '대가들에게서 23년을 사사한' 부분은 '대가들을 23년(동안) 사사한'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아무개에게서 사사 받았다'처럼 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사숙(私淑)'은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으나 그 사람의 도(道)나 학문을 본으로 삼고 배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퇴계 선생을 사숙하다' '연암 선생은 제가 사숙하는 분이다' 등이 바른 용례다. 스승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느냐 아니냐 하는 점에서 '사사'와 '사숙'이 구분된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잘못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