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굴삭기, 레미콘
청계천을 복원하는 대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광교가 45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광교뿐 아니라 수표교 등 다른 다리들도 원래 모습으로 복원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같은 공사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게 '굴착기(포클레인)'다. 땅을 파는 기계인 굴착기를 흔히 '굴삭기'로 부르는데 이는 일본의 '대용한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바른 표기가 아니다. 일본인들은 한자 획수가 많으면 '상용한자'에서 발음이 같은 것을 찾아 뜻이 좀 다르더라도 획수가 적은 글자를 대용한다. 이를테면 나이를 말할 때 '20歲'를 '20才'로 쓴다. 일본어에선 세(歲)와 재(才)가 [사이]로 똑같이 발음되기 때문이다.
굴착기(掘鑿機)의 '鑿'과 굴삭기(掘削機)의 '削'도 [사쿠]로 발음이 같다. 그래서 복잡한 '鑿' 대신 '削'을 끌어와 '굴삭기'로 쓰는 것이다. 여기서 착(鑿)은 '삽으로 판다'는 뜻이고, 삭(削)은 '칼로 깎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또 다른 단어로 '레미콘'이 있다. 레미콘은 굳지 않은 상태로 뒤섞으며 현장으로 배달하는 콘크리트 또는 그런 시설을 한 차를 말한다. 영어로 'ready-mixed-concrete'라 하는데, 이것을 일본인들이 줄여 만든 조어가 '레미콘'이다. 우리말로는 '회반죽, 양회 반죽' 또는 '회 반죽 차, 양회 반죽 차'로 순화해 쓸 수 있다.
환경이든 우리말이든 한번 훼손된 것을 되돌리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