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지새다, 지새우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상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을 새면서 공부하는 자식들이 안타까워 '밤을 새지 마라. 몸 상할라'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다시 생각해 본다.
위 문장에서 쓰인 '새면서' '새지'는 맞지 않다. 이들의 기본형인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목적어가 있으므로 '밤을 새우다'로 하는 게 옳다. '밤을 새우다'는 왜 흔히 '밤을 새다'로 잘못 쓰는 것일까. 아마 '새다'를 '새우다'의 준말로 생각하기 때문일 듯싶다. 그러나 '새다'는 '날이 밝아 오다'란 뜻(그날 밤이 새도록 그는 자기의 과거를 다 이야기했습니다)인 반면 '새우다'는 주로 밤을 목적어로 하여 '한숨도 자지 아니하고 밤을 지내다'란 뜻(그 이야기를 들은 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했다)이다. 이처럼 뜻이 완전히 다른 말이므로 '새다'가 '새우다'의 준말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밤이 새다'와 '밤을 새우다'는 구별해 써야 한다.
앞에 '지-'가 붙는 '지새다' '지새우다'도 같은 경우다. '지새다'는 '달빛이 사라지면서 밤이 새다'는 뜻(그는 밤이 지새도록 술잔만 기울였다)이며, '지새우다'는 밤 따위와 함께 쓰여 '고스란히 새운다'는 뜻(아내는 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남편 오기만을 기다렸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