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 주다, 쥐여 주다
'조조(曹操)는 관운장(關雲長)을 흠모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온갖 예의를 갖춘다. 미녀 열 명을 보내어 관운장을 모시게 하고, 배 아래까지 드리워진 수염을 보호하는 비단 주머니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여포(呂布)가 생전에 탔던 온몸이 불꽃처럼 붉고 매우 웅건한 적토마(赤兎馬)의 고삐를 관운장의 손에 쥐어 준다.' 이후 적토마는 관운장과 늘 함께 하다가 관운장이 마충(馬忠)에게 생포돼 죽은 뒤 마충의 소유가 됐으나 먹이를 거부하고 따라 죽었다고 한다.
글머리에 인용한 글은 한 일간지의 최근 기사 중 일부다. 여기서 '쥐어 준다'는 '쥐여 준다'로 해야 올바른 표기다. '쥐여 주다'는 '쥐다'의 사동사 '쥐이다'에 '-어 주다'가 연결된 형태다. 예컨대 '밥을 먹어 주다'는 내가 밥을 먹는 주체지만, '밥을 먹여 주다'라고 할 때는 남에게 밥을 먹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무엇인가를 손에 쥐도록 해 줄 경우에는 '쥐다'의 사동사 '쥐이다'를 써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나의 손에 쪽지를 슬그머니 쥐여 주었다./ 어머니는 시댁으로 돌아가는 딸에게 아버지 몰래 20만원을 쥐여 보냈다./ 갈 데 없는 아이를 데려와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고 했더니…….'
위의 셋째 용례에서도 사동사 '입히다'(←입다)와 '재우다'(←자다)에 '-어 주다'가 연결돼 있음을 볼 수 있다.